흰 쌀밥에 찬물을 쓱쓱 말아
한 숟갈 푹 떠서
마늘 장아찌 하나 올려
아삭아삭 씹는다.
늦은 오후
식탁에 앉아 엄마는 점심을 먹었고
나는 엄마 앞에 앉아 엄마 입만 바라봤다.
초등학생 때였다.
엄마 입 안에 마늘 맛이 궁금했다.
마늘 껍질을 쪼개어
마늘을 쏙쏙 빼고
손끝을 쪽쪽 빨아가며 먹는
그 마늘 맛이 궁금해 마늘을 먹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아찌로 절인 맛은 다 비슷하리라.
마늘 장아찌라고 해서
마늘 맛이 온전할 리 없다.
그래도 맛있었다.
아사삭 식감의 마늘과 달콤한 간장은
제법 매력적이었다.
완전한 마늘 맛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다.
야자 때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러 갔는데
한 친구가 쌈에 고기와 마늘을 넣어 먹었다.
맵지 않냐고 신기해 물었더니
그 친구는 ‘고추도 먹는데 뭘’이라고 대답했다.
완전한 생 마늘 맛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마늘을 구우면
감자에 버금가는 고소한 맛이 난 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초록색 수박껍질과
새빨간 수박 속처럼
겉과 속이 다름은 흔히 봤지만
코 끝 찡하게 알싸한 마늘이
열을 받아 달달 구워지니
콩알만한 감자로 고소해진다!
역시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해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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