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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프롤레타리아는 일한다.

 

지옥 같았던 고3의 아침.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나왔다.

축 늘어진 머리를 말리는데

엄마방 TV와 비디오,

아니 여기저기에 붙은 빨간 딱지가 보였다.

 

순식간에 눈물이 타고 내려왔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방에는 나, 엄마, 아빠가 있었다.

엄마 아빠는 이불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아니 흐느끼는 내 울음소리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빠는 기억에 세 번 정도 그렇게 사업에 실패했다.

덕분에 나의 생활력은 탁월하다.

 

수능시험이 끝난 다음날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비디오가게 시급은 1500.

그 뒤로 육아휴직 두 번을 제외하고는 쉰 적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돈을 버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죄악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나는 일했다.

 

그렇게 소처럼 일하니

특별한 날, 주머니가 두둑한 날이면

그렇게 소고기가 먹고 싶어진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다르다.

물론 가격이 가장 크게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맛의 차이,

육질에서 오는 위로가 다르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기름지게 게을러지고 싶을 때,
우울함에 느려터지게 위안받고 싶을 때는
돼지고기 삼겹살이 입안에 맴돈다.
기름진 육즙. 그냥 놀자. 그저 쉬자.

 

소고기의 육질에는 끈기가 있다.

풀의 끈기, 잡초의 끈기.

마블링이라 칭하는 기름기가 있지만

그들의 근성을 수월하게 도울 뿐이다.

 

부지런함에 대한 박수를.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응원을.

 

 

 

 

 

PS: 이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