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는 짰다.
청춘의 괴력으로 열정을 다했지만
대답은 언제나 괴력의 8할도 되지 않았다.
단언컨대, 자부하건대,
나는
내 인생에,
내 하루에,
내 꿈에,
내 일에
120%, 200%의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고 생각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시금털털한 회답에 지쳐
자주 주저앉아 울었다.
땀인지.
눈물인지. 짰다.
한없이 초라한 내 모습이 가여웠고
힘껏 받쳐주지 못하는 내 환경이 원망스러웠다.
에너지의 과잉이었다.
넘치는 땀방울과 멈추지 않는 눈물.
그 분노는 딱 그만큼 나를 전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30대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괴력이 온전히 에너지로 넘어가지 않았음을.
냉혹한 현실을, 자만을 넘어 내 오만이었음을.
힘의 완급조절을 못 했던 내 청춘의 좌표가 보였다.
지금 나는 정보의 과잉, 30대의 정중앙에 서 있다.
용기와 패기는 희미해졌지만
주제와 분수는 선명해졌다.
괴력은커녕 사력을 다해야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지만
열정이 없어 서글프지만
눈치껏 열심히 할 수 있는 균형감각을 익혔다.
최고 최선은 어느새 현실과 손을 붙잡았을지언정
최우선을 가릴 수 있는 안목으로 버틸 수는 있더라.
그래 이제 내가 짜졌다.
비루했던 내 청춘이,
짠 눈물, 콧물, 땀이 남긴
소금 같은 생명력이리라.
PS: 잘 발효되길. 숙성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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