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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21] 달래래요 (고선영)

2017. 4. 1. 13:50

노네임포럼 T: TOPIC/고선영

 

 

 

 

초딩입맛 신랑을 만난 행운 덕에

내 요리에는 진척이 없다.

주말부부인 천운을 가진 덕에

내 살림은 언제나 제자리다.

 

엄마는 봄나물을 꼭 챙겨 먹었다.

넉넉한 입맛을 가진 아빠를 만나

엄마의 요리솜씨는 이제 신의 경지다.

 

어릴 적 봄이 되면 엄마가 된장찌개에

콩나물 비슷하게 생긴, 마늘에 수염이 달린 모양의 식물을 넣었다.

그 식물이 달래였다는 것을 결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달래인지 냉이인지 봄나물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묶여있었다.

(쑥국을 열렬히 좋아하는 언니 덕에 쑥은 알았다며 애써 위로를)

 

둘째를 낳고 두 번의 간 큰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에 복직했을 때 나의 연차휴가는 고작 4개였다.

5일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어디라며 애사심을 가졌지만

애 둘을 떼로 걸리는 감기에 노출된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에게는

연차휴가 4개는 그저 숨차는 일이었다.

 

그러던 봄날, 부장이 된장찌개나 먹으러 가잔다.

서소문에 있는, 80년대 분위기의 딱딱한 유광 갈색 의자가 있는 식당이었다.

 

한우 송송 들어간 달래 된장찌개.

그 향, 그 봄의 향.

엄마가 필요한 엄마인 나.

엄마가 힘내라고 괜찮다고.

그렇게 말하더라.

 

 

 

 

 

 

PS: 지금은 연차 빵빵한 고대리. 그래도 쉽지 않은 워킹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