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할머니는 겨울이 되면 곶감을 보내주신다.
“선영아, 출출할 때 곶감 하나씩 먹어라~”
소녀 같다.
수업시간 몰래 간식을 건네주는 느낌이다.
사실 나는 곶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먹어봐야 하나.
그런데 시할머니가 보내주는 곶감이 싫지 않다.
시할머니의 그 목소리,
두근두근 설레는 목소리 때문일까?
아마 시할머니의 그 ‘쫀득함’이 좋아서일 거다.
시어머니와 나는 여전히 서걱서걱하다.
기다림의 문제란 생각이 든다.
서걱서걱한 감이 쫀득쫀득한 곶감이 될 때까지
그저 가만히 기다리는 것.
흘러가는 시간으로 뭘 어찌해보겠다는 의지 없이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는 것.
왜 그리 나는, 시어머니는,
흘러가는 시간을 내버려 두지 않고 애를 썼을까.
그 애를 쓴 흔적이
추억이 되지도 정이 되지도 못한 채 상처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
*PS: 처음. 안녕. 떨린다.
'T: TOPIC > 고선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TOPIC:24] 홍차왕자(고선영) (0) | 2017.07.04 |
---|---|
[TOPIC:23] 짜라짜라짠짠짠 (고선영) (0) | 2017.05.15 |
[TOPIC:22] 소고기사묵겠지(고선영) (0) | 2017.04.27 |
[TOPIC:21] 달래래요 (고선영) (0) | 2017.04.01 |
[TOPIC:20] 우유라이크 (고선영) (0) | 2017.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