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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해외맛집투어 제1원칙중 하나는 바로 '먹는다면 무조건 본점에서'이다. 아무리 본점의 맛을 완벽히 카피하는 분점이라도 본점의 손맛과는 미묘하게 다르고 혹여라도 분점의 맛이 미흡할 시 두고두고 본점방문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멀고 교통이 험난하더라도 무조건 '본점'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허니문 디저트는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홍콩, 마카오, 싱가폴, 심지어 중국 각지에 진출한 세계적 프랜차이즈의 허니문 디저트이지만 본점은 홍콩의 중심부에서 너무나도 먼 서쪽 휴양지역인 사이공이라는 지역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로 본점의 원칙을 포기하게 된다면 두고두고 그 맛이 아쉬울터, 작심하고 신혼 여행 중 하루를 허니문 디저트에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허니문행...아니 허니문 디저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작정하고 가는 길이라도 허니문 디저트를 먹는 길은 너무나 험난했다. 사이공에 가기 위해서는 홍콩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철역에서 내린 다음 그곳에서 마을버스를 타야 했는데 이 버스는 70년대 한국의 시골버스처럼 매우 좌석이 좁고 심하게 덜컹거렸다. 사정없이 흔들거리는 버스에 구겨져 앉은 채로 1시간 가량이 지나니 엉덩이에 감각이 사라졌다. 버스는 굽이굽이 몇 번의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넜다. 가도가도 종점이 나오지 않으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까지 디저트를 먹으러 온건가 '현타'가 왔다.

그러나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허니문 디저트의 고장, 사이공은 실제로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휴양지였다. 홍콩에서 볼 수 없는 푸른 바다와 커다란 잎사귀의 야자수, 곳곳에 수영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이 도시의 풍경은 마치 홍콩의 하와이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 홍콩사람들은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많이 온다고 하니 '허니문(Honeymoon) 디저트'는 실제로 허니문에 와서 먹는 디저트였던 셈이다!

마침내 당도한 허니문 디저트의 본점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백화점에 으리으리하게 입점한 다른 프랜차이즈 지점들과 다르게 허니문 디저트 본점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고 빛 바랜 천막만이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곳 본점 사이공의 허니문 디저트는 두리안구역과 비()두리안 구역으로 나누어서 운영하는 것이 특이했다. 이는 두리안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함이라 하니 역시 본점의 섬세한 배려는 남다르다 싶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홍콩의 여느 디저트 집들처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 허니문 디저트는 망고와 두리안을 이용한 디저트가 유명한데 사실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메뉴는 역시 망고 팬케이크(芒果班戟). 차가운 팬케이크에 부드러운 생크림과 신선한 망고를 감싼 망고 팬케이크는 이곳에서 처음 시작한 메뉴로 홍콩 미식 투어에 있어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이다. 사실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이 곳 본점까지 온 이유는 바로 이 망고팬케이크의 참맛을 느끼기 위함이다. 팬케이크와 생크림, 망고 모두 조리하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차이가 나는 예민한 재료이기 때문에 분명 본점과 그 맛의 결이 다르리란 생각에서였다.


손바닥만한 작고 가벼운 망고팬케이크가 테이블 위에 서빙되고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채로 한입을 베어 물었다. 입에서 망고의 새콤한 과육이 터지는 순간 이걸 먹으러 여기까지 달려온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한국의 그 누구도 이 망고팬케이크의 진정한 맛을 느끼지 못했으리오.

작고 가벼운 디저트지만, 맛은 정확히 3단계로 구별된다. 첫째로는 망고 자체의 새콤함이다. 망고 자체의 과육이 매우 두툼하고 무척 신선해서 입안에서 상큼한 망고향이 가득 퍼진다. 그리고 새콤함이 사그라들 때쯤 달콤하고 부드러운 생크림이 다시 혀를 휘감으며 마지막에는 팬케이크의 쫄깃한 식감이 남아 입안을 감싼다. 단순한 팬케이크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밸런스다. 고백하자면 그 이후로 홍콩의 다른 허니문 디저트 분점에서 이 망고팬케이크를 똑같이 시켜 먹어봤는데 결코 이 맛을 재현하지 못했다. 망고는 너무나 무르거나 설익었고 생크림은 느끼했으며 피는 두꺼웠다.

가는 길은 멀고 험해도 왜 맛집은 꼭 본점에 가서 먹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허니문 디저트가 입증한 셈이다.

망고팬케이크와 더불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영지깜로(楊枝露)역시 맛보았다. 영지깜로는 시미루(야자나무에서 만들어내는 녹말을 작은 알갱이로 만든것), 망고, 포멜로(중국자몽)알갱이로 만든 홍콩의 전통 디저트이다. 구슬같은 포멜로의 톡톡 튀는 식감과 시미루의 알갱이, 쫄깃한 떡의 조화가 매우 신선한데 한국에선 쉽게 맛볼 수 없는 재료들이라 한번쯤 먹어볼법 하다. 특히 망고와 이 포멜로를 함께 먹으면 마치 망고국수를 먹는것 같은 느낌이다. 청량하고 새콤달콤한 맛이라 망고팬케이크를 먹은 다음 입가심으로 먹으면 경쾌하다


두 메뉴를 십분만에 뚝딱 해치우고 다시 홍콩 중심부로 돌아오는 마을버스에 올라탔다. 또다시 엉덩이가 바스라질것 같은 버스에 앉아 다시 두어시간을 내달리려니 몸은 고달팠지만 후회는 없다. 적어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허니문 디저트의 지점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이 허니문은 성공이리라.  

 



 

  • Honeymoon Dessert
  • 西貢普通道10號A,B,C地下
  • 星期一至日: 13:00-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