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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에 관한 모든 것,
컹우또우분총(公和荳品廠)



나의 홍콩에서의 첫 식사는 두부였다. 처음에는 대체 왜 홍콩까지 와서 딤섬이나 버터소보루를 먹지 않고 흔한 두부를 먹어야하는지 투덜댔다. 심지어 내가 생각하는 홍콩의 음식점과도 너무 달랐다. 보통 홍콩의 맛집을 생각하면 화려하고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 두부집은 마치 오래된 종로거리 골목에나 있을법한 후미지고 어둡고 허름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두부의 비주얼도 훌륭한게 아니었다. 딱 말그대로 제사상에나 오를법한 두부전이다.
대체 왜 홍콩까지 와서 이 두부전을 먹어야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맛집이라니까 탐탁치 않게 두부를 한입 베어 먹어봤다. 그런데 분명 한국의 두부랑은 확연히 달랐다. 한국의 두부전은 다소 뻑뻑한 식감이 있는데 여기의 두부는 마치 순두부를 튀긴것처럼 실키하고 보들보들해 입에서 녹아내렸다. 의외로 맛있는 두부전이라 허겁지겁 먹다보니 다른 두부 요리도 궁금했다.


이곳에서는 두부전 외에도 두부로 만든 모든것을 판매한다. 그중 중화권에서 떠먹는 순두부인 또화(荳花) 역시 수준급이다. 마치 우유푸딩같이 탱탱하고 보드라운 식감에 황설탕을 넣어 마치 건강한 디저트 같다.



간식으로 먹을만한 두부튀김(煎釀荳朴) 역시 판매한다. 겉보기에는 닭강정같은데 베어물면 쫀쫀한 두부다. 위에 칠리소스를 뿌려먹는데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짤해 맥주안주처럼 먹기 좋다.


특히 이 집의 하이라이튼 또우장이다. 또우장은 모든 중화권에서 마시는 콩물인데 얼마나 중국사람들이 즐겨먹는지 심지어 중국 KFC에서는 이 또우장을 콜라처럼 음료로 판매한다. 그런데 이 또우장은 집집마다 제조하는 방식이 달라 맛 역시 판이하게 다르다. 보통 프랜차이즈나 식당에서 파는 또우장은 다소 심심한 두유맛이지만 정말 잘하는 곳의 또우장은 그 깊이와 향이 다르다. 그러니 이 콩을 발효시켜 두부를 만드는 이 집에서는 얼마나 이 또우장이 수준급이겠는가! 실제 이 또우장에 반한 사람은 또우장만 먹으러 맛집을 돌아다니는데 여기는 홍콩의 또우장가게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의 또우장의 콩은 콩맛이 맑으면서도 매우 깊고 끝맛이 고소하다. 보통 또우장은 심심한 맛을 없애기 위해 설탕을 넣어 달달한 맛을 추가하는데 여기는 오로지 또우장 본연의 콩맛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이 집의 또우장을 먹고 나면 다른 집의 또우장은 그저 인스턴트 두유로 느껴질수도 있다.


이처럼 고강한 내공의 이 집은 주인장이 3대째 대를 잇고있는 장인이다. 실제 두부의 제조방식뿐 아니라 사용하던 장비 역시 100년이 넘었다. 주인은 장비를 신식으로 바꾸면 개인적으로는 편해질지 몰라도 전통의 맛이 변할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옛날의 장비를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방에 들어가면 아직까지 나무틀로 직접 두부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허름한 외관 때문인지 관광객들은 의외로 찾아볼 수 없다. 손님은 대부분 나이가 있는 단골 중장년층이거나 두부를 포장해가는 아주머니들뿐이다. 두부 하나 먹으러 여기까지 오는게 다소 고생스럽기도 하고 에이컨도 없는 실내라 여름철에는 적극 추천은 하지 못하겠지만, 100년 넘게 지켜온 오래된 두부의 내공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간내어 가볼법하다.


公和荳品廠 Kung Wo Dou Bun Chong 공화두품창
深水埗北河街118號地下
월-일:07: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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