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홍콩햄버거의 원조
시순패스트푸드(時新快餐店)


홍콩은 격동의 근대시기를 겪으며 아시아 가운데 서양문물이 일찍이 개방된 곳이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권의 서양음식들 역시 일찍이 홍콩에 많이 들어오며 근대 홍콩 음식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흔히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역시 당시로서는 굉장히 트렌디한 음식이었는데 당시 홍콩식 햄버거의 원류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아직도 남아있다. 時新快餐店 은 1960년대에 영업을 시작해 벌써 반세기가 넘은,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패스트푸드 햄버거 집이다. 심지어 이 집이 처음 생겼을때는 홍콩의 '햄버거(漢堡包)'라는 단어조차 없어서 가족회의를 거쳐 '잡다한 것을 섞은 홍콩빵(雜港包)'이라고 네이밍을 했다하니 이 집의 유구한 역사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잇다. 이 레스토랑은 1970년대에 점포를 패스트푸드느낌으로 리뉴얼했는데 아직까지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지금은 색이 많이 바랬지만 아마 당시에는 형광빛에 가까운 오렌지색 인테리어가 행인들의 시선을 많이 사로 잡았다 한다. 경제호황을 맞으며 한때 눈부시게 찬란했던 홍콩의 대중문화가 이 햄버거집에서 대변되는 셈이다.



맛 역시 추억을 상기시키는 맛이다. 요새 유행하는 수제버거처럼 화려하고 풍부한 맛은 없지만 소박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하다. 한마디로 고등학교때 쉬는시간에서 먹었던 매점 햄버거 같다. 더블치즈버거雙層芝士蛋漢堡는 두툼하지는 않지만 쉽고 간단히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햄버거다. 빵과 패티와 소스, 야채, 치즈밖에 들어가 있지않지만 밸런스가 좋아 한번 먹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뚝딱 하나를 해치운다. 여러가지 소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집의 특별레시피로 만든 기본 마요네즈 소스를 선택하는게 좋다. 고소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마요네즈가 야채와 패티 빵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한편 생선버거(魚扒包) 역시 묘하게 특이하다. 맛은 마치 맥도날드 피쉬버거 같은데 생선튀김이 독특하다. 보통 피쉬버거에는 바삭한 피쉬까스가 올라가는 한편 여기는 마치 전같은 형태의 생선구이가 올라간다. 마치 대구전 위에 타르타르 소스를 올려 빵에 끼워먹는 느낌이랄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에는 없는 생선버거라는 것이다. 보통의 피쉬버거보다 느끼하지 않아 담백하게 한끼를 때우기에 적절한 메뉴다.


하지만 이 집은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고 주변에 관광지가 없어서 홍콩 폴리텍 대학에 볼일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요새는 한국의 수제버거도 워낙 맛집이 많은지라 이 집의 소박한 햄버거는 다소 실망스러울수도 있다. 허나 이 집에 와서 '옛날 홍콩사람들은 이런 햄버거를 먹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먹으면 햄버거를 베어무는 한입한입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과거의 맛을 추측해보며 먹어본다는 것은 현재의 트렌디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는 또 다른 특별한 미식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입맛으로는 맥도날드와 다를 바 없는 햄버거지만 당시 서양문명을 동경했던 사람들은 이 햄버거를 먹으며 마치 서양의 최첨단 문물을 받아 들이는 것과 같은 우쭐한 기분이었으리라. 만약 이 곳에 방문해서 햄버거를 먹는다면 그 준비물은 나이프도 포크도 아닌 70년대 홍콩사람들의 '마음'이다.

時新快餐店 Si Sun Fast Food 시신쾌찬점
港鐵紅磡站 B1 出口, 步行約5分鐘
월-일:11:00-21:00

tasteguide.co.kr
Write Muna&Deng / Illust Muna / Photo D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