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맛보는 진짜 딤섬
팀호완
팀호완은 세계에서 제일 저렴한 미슐랭 레스토랑이다. 이곳 창업주는 홍콩 유명 중식레스토랑에서 딤섬을 담당하고 있었던 사람으로 이미 딤섬으로는 현지에서 꽤나 이름난 사람이었다. 그는 딤섬의 고급스러운 맛을 많은 대중들에게 선보일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맛은 호텔, 가격은 길거리' 라는 컨셉아래 팀호완 레스토랑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 미슐랭을 얻을만한 훌륭한 맛에 비해 대부분 딤섬가격이 HK$30(4000원정도)수준이라 아무리 배부르게 먹더라도 1인 만원선을 넘지 않는다. 살인적인 홍콩물가를 생각했을때 이정도는 거의 분식수준의 가격이다.
그러나 아쉬운게 있다면 바로 살인적인 웨이팅. 대기하지 않고 바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며 레스토랑 앞에는 현지인부터 한국, 중국, 일본, 유럽인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래서 우선 도착하면 문앞에 있는 직원에게 바로 달려가 대기번호를 받도록 해야한다. 식사인원수에 따라 부르는 번호의 순서가 왔다갔다하므로 광동어에 익숙치 않으면 무조건 직원 옆에 붙어있는게 상책이다.
길게 늘어선 웨이팅줄
사실 미슐랭 레스토랑이라는 기대를 가득 안고 들어간 사람이라면 이 팀호완 레스토랑의 딤섬맛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 먹는 자극적인 맛의 딤섬과 다르게 이곳 딤섬은 다소 심심하다. 외관 역시 순박하기 짝이없다. 딤섬위에 아무런 장식 하나 없이 마치 집밥처럼 허연 딤섬들만 대나무통에 투박하게 얹어 낸다. 미슐랭 레스토랑이라는 기대에 들떠 카메라 셔터를 누를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딤섬이 나온 순간 카메라렌즈가 갈 곳을 잃고 배회한다.
그러나 이 곳의 딤섬을 먹다보면 '아, 바로 이게 진짜 딤섬이라는거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딤섬은 마음에 점을 찍다(点心)는 뜻에서 알수있듯,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점을 찍듯 출출함만 가시게 하는 소박한 끼니였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먹는것처럼 거창하거나 화려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또 자극적이지 않아야 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딤섬은 상품화를 위해 과하게 조리된 요리이고 실제 광동의 딤섬이라는것은 자고로 순박한 집밥과 같은 맛이다.
그리고 팀호완은 바로 이런 딤섬의 미학을 아주 훌륭하게 재현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먹는 딤섬 특유의 달거나 짠 맛이 거의 없고 메뉴의 대부분의 간이 그리 세지 않다. 그래서 아무리 많이 먹어도 부대끼거나 입에서 특정한 맛이 맴돌지 않는다. 수피쥐차슈바오(酥皮焗叉燒包)가 대표적으로 그런 맛을 낸다. 소보루빵 안에 다진 고기를 매콤한 소스를 넣어 만든 이 딤섬은 특유의 자극적인 맛으로 한국사람들이 제일 입맛에 맞는 메뉴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곳의 수피쥐슈바오는 맵지 않다. 색깔은 붉어도 다소 달작지근하고 걸쭉한 맛이 강하다. 달콤한 소보루빵도 이곳의 소보루빵은 간식이라기보단 식사빵이란 느낌이 강하다. 이 딤섬이야말로 팀호완의 정체성을 가장 강력하게 드러내는 요리인 것이다.
수피쥐차슈바오(酥皮焗叉燒包)
또 팀호완은 간을 약하게 하는 반면 재료의 신선도에 목숨을 건다. 보통 실력이 좋은 레스토랑일수록 조미료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데 팀호완이 딱 그렇다. 대표적으로 하가우, 찡잉시엔샤쟈오(晶瑩鮮蝦餃)을 먹어보면 그 철학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보통 딤섬집에서 먹는 새우교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새우가 실하고 탱글하다. 얇게 감싼 피를 살짝 베어물으면 새우의 육즙이 피슉 튀어나오는데 입안에서 가득 퍼지는 새우의 풍미가 매우 황홀하다.
찡잉시엔샤쟈오(晶瑩鮮蝦餃)
딤섬의 대표주자 하가우를 맛보았으면 다음은 사오마이를 맛볼 차례다. 샤시엔샤 사오마이황(鮮蝦燒賣皇)은 돼지고기와 새우가 고루 섞여있어 재료의 비율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딤섬집의 바로미터 같은 메뉴다. 역시나 팀호완의 사오마이는 밸런스가 참 좋다. 돼지고기 완자가 마치 어묵같이 단단하면서도 육즙이 가득하다. 새우는 돼지고기 속에 감초처럼 껴있는데 돼지고기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탱탱한 식감을 선사한다. 감싼 피 역시 쫄깃하고 부드러워 돼지고기, 새우와 훌륭한 밸런스를 이룬다.
사오마이황(鮮蝦燒賣皇)
그 외에도 차슈고기를 쌀로 만든 반죽으로 얇게 감싼 창펀,미웨이차싸오창(蜜味叉燒腸), 그리고 진피(귤껍질)를 넣은 소고기 미트볼,천피녀우러우쳐우(陳皮牛肉球) 역시 추천하는 메뉴다. 이것들은 한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딤섬들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그 원조의 맛을 즐기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는 포슬포슬하면서도 달콤한 술빵같은 딤섬, 샹화마라까오(香滑馬拉糕)를 후식디저트처럼 맛보면 팀호완에서의 딤섬투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 셈이다.
천피녀우러우쳐우(陳皮牛肉球)
미웨이차싸오창(蜜味叉燒腸)
샹화마라까오(香滑馬拉糕)
그런데 사실상 팀호완의 하이라이트 장소는 바로 카운터이다. 계산서를 집어드는 순간 누구나 자기눈을 의심한다. 호텔수준의 딤섬맛을 즐겼는데 가격이 이렇게나 저렴하다니! 하지만 생각해보면 딤섬이란 누구나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점과도 같은 음식이다. 따라서 가격 역시 누구나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게 당연한 법. 이처럼 팀호완은 마지막까지 딤섬의 본래 의미를 곱씹고 나오게 되는 홍콩의 진짜 딤섬맛집이다
이렇게 먹고도 151달러, 2만2천원이 나왔다.
- 添好運(Tim Ho Wan)첨호운
- 주소 深水埗福榮街9-11號地舖
- 시간 월-금:10:00~22:00, 토일:09:00~22:00
-
Write MUNA&DENG Photo DENG Illustration M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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