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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올리브

 

 

음식잡지 기자시절 마지막 칼럼의 주제는 올리브였다. 사진과 스타일링이 유독 마음에 드는 칼럼이었다. 기획할 때부터 칼럼과 어울리겠다고 생각한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두 분 있었는데 마침 한 분이 시간이 됐으니 운이 좋았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잡지칼럼에서 아주 중요하다. 독자의 시선을 끄는 가장 일차적인 조건인 시각적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의외로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역할에 대해 묻는 사람은 많다. 가장 빈번한 것은 돈을 쥐고 있는 광고주, 촬영팀 혹은 디자이너다. 보통 예산안을 본 후 간절한 표정으로 정말 푸드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한가요?”라고 묻는다. 이럴 때는 주로 그림이 안 나와도 모른다고 어깨를 으쓱 하고 예산을 협의한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을 알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예산이 없어 뭐라도 줄이려는 마음이니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 예산을 줄일 때 만만한 것이 푸드스타일링 비용인지는 언제나 의문이다(예쁘게 안 나오면 항상 어리둥절해 하면서!).

 

더욱 이해 못할 경우는 따로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진짜 직업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다. 대개 이 바닥에 대해 뭣도 모르는 지인 중에 숨어있는데 그들은 내 일에 대해 한참 듣고는 세상에 둘도 없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근데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직업인 거 좀 이상해라며 심기를 건든다. 십중팔구 앞으로 널 만나지 않을 이유를 줘서 고마워!”라고 받아치고 싶어진다.

 

처음 든 의문은 왜 꾸미고 연출하는 게 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업의 존재 이유를 계속 증명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스타일링한 음식은 부자연스러워자연스러운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누가 저렇게 음식을 두고 먹냐?’ 미디어의 리얼리티를 논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요. ‘음식을 바닥에 펼쳐 놓고 저게 뭐야, 먹지도 못하게먹는 것을 오직 아름다움을 위해 소진하면 안 되는 건가요? ‘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장난치는 거 아니고 일하는 겁니다. 실제로 오고 갔던 대화다. 과연 음식이 아닌 패션이나 헤어, 인테리어를 다뤘다면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

 

패션, 헤어,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생각이 미치자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애초에 패션, 헤어,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역시 처음 등장했을 당시 실체 없는 직업으로 대접 받았다. 연예인이 입을 옷을 손수 들고 다니던, 머리는 각자 미용실에서 세팅해오던 시절 스타일리스트란 사치스럽고 개념이었다. 오직 아름다움을 다루는 일은 왜 이리 직업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울까? 아름다움의 가치는 왜 여전히 저평가 될까?

 

두 번째 의문을 생각하며 언젠가 푸드스타일리스트도 각종 질문에 시달리지 않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영원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여전히 음식은 신성하고 아름다움은 사치스럽기때문이다.

 

그럼 아름다운 나의 올리브 칼럼을 소개한다.

 

 

1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350&contents_id=108773

2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350&contents_id=108781&series_id=5054

3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350&contents_id=108773&series_id=5054

 

 

 

글과 이미지: 전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