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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후의 디저트, FINE FOOD 



홍콩은 디저트의 천국이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에 티와 곁들이는 디저트 문화가 발달되어 있으며 그 수준 역시 높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화려함이 디저트에 반영된 듯 디저트의 꾸밈새도 매우 화려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많은 디저트집들이 화려함에 비해 맛은 평범하다. 모양을 꾸미는데만 지나쳐 정작 맛의 본질은 잃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이 집은 모양이 화려할뿐 아니라 맛 역시도 탁월한 곳으로, 개인적으로 일본과 한국, 홍콩 디저트집을 통털어 1순위로 꼽는 집이다. 사실 여기서 케이크를 한두가지만 나눠 먹으려고 했었는데 왠만해서는 향후 10년간 이런 고강한 디저트집은 절대 발견하지 못하겠다 싶어 냅다 내리 대여섯가지 케이크를 먹어버렸다. 그러나 다 먹고도 입에 기분나쁜 달짝지근함이 남지 않으니 정말 훌륭한 내공의 집이다.

사실 이 집에서 대여섯가지 케이크를 내리 먹은 까닭은 디저트 자체가 너무 맛있어서도 있겠지만, 디저트의 맛들이 각각 너무나 특색있게 달랐기 때문이다. 보통 디저트를 세개쯤 먹으면 같은 종류의 크림, 그리고 당의 맛이 반복되는 느낌을 가져 질리기 마련인데 여기는 놀랍게도 그 많은 케이크마다 크림의 질감이 제각각 다르다. 심지어 케이크마다 온도도 다르다. 케이크는 많이 차가워야 맛있는 게 있고, 또 너무 차가우면 맛이 없는 게 있는데 여기는 각각의 케이크 특성에 맞춰 온도를 다르게 해서 낸다. 한마디로 하나의 케이크가 가져야하는 이상적인 맛을 최선으로 구현한 셈이랄까. 그래서 사실 이 집 케이크를 먹고난 후로는 아무리 맛있는 일본과 한국의 케이크를 먹어도 자꾸 여기와 떠오르는게 단점 아닌 단점이다.  





일단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바로 이 청사과 디저트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가장 많이 먹는 디저트인데 모양뿐 아니라 맛도 예술이다. 처음에는 사진찍느라 정신없는데 먹다보면 또 먹느라 정신없다. 청사과 모양의 이 케이크는 껍질은 화이트 쵸콜렛으로 되어 있다. 이 껍질을 깨어 보면 안에 크림치즈와 다진사과, 쿠키 크럼블이 함께 있다. 부순 화이트쵸코렛을 잘 섞어 크림치즈와 함께 떠먹으면 정말 황홀하다. 단연코 이 집의 간판메뉴라 할 수 있다.




장미향 마카롱 사이에 라즈베리를 넣은 디저트 역시 훌륭하다. 보통 이런 장미디저트는 장미향에서 화장수 맛이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여기는 화장수 냄새가 많이 강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꽃향기가 난다. 안에 들어있는 라즈베리와 크림도 매우 잘 어울려 말그대로 장미 한송이를 먹는 느낌이다.




가장 기본적인 치즈타르트 역시 맛있다. 이 곳의 치즈타르트 역시 갓 구워진것처럼 따뜻한 상태로 주는데 치즈가 아니라 슈크림같이 입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이 일품이다. 입에 따뜻한 크림이 꽉 차는게 황홀하다.



특히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티라미수를 먹으면 이 집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티라미수 특유의 느끼함이 전혀 없다. 커피시트가 매우 진하면서 크림이 정말 부드럽다. 의외로 크림은 꾸덕하다기보단 가벼웠는데 그 느낌이 결코 가볍지 않다. 티라미수를 먹는 순간 '이 집은 정말 크림을 잘 만드는 집이구나'를 느꼈다. 한마디로 케이크마다 다른 결의 크림을 만들줄 아는 집이다


몽블랑도 꼭 먹어봐야하는 메뉴다. 한마디로 살면서 못 먹어본 몽블랑이다. 사실 몽블랑은 특유의 복잡한 맛 때문에 좋은 맛을 내는게 어려운 메뉴다. 보통은 밤맛때문에 퍽퍽해지거나 또는 크림이 과해 느끼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몽블랑 잘하는 집은 왠만한 케이크도 맛있게 만든다. 이 곳의 몽블랑 역시 특별나다. 일단 이 곳의 몽블랑은 맛이 3중주로 흐른다. 첫맛은 밤의 고소함이 느껴지고 두번째는 달콤함, 그리고 세번째는 알콜의 알싸함이 입안에 퍼진다. 마지막에는 꿀에 절인 밤을 오독오독 씹는것도 재미다. 전반적으로 케이크에서 굉장히 고급스럽고 중후한 맛이 난다. 디저트의 단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몽블랑을 먹어보면 그 오묘한 맛에 감탄하고 만다.




그 외에도 쵸콜렛 케이크, 밀푀유 등 다양한 케이크를 먹어봤는데 하나같이 맛이 특출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청사과, 몽블랑, 장미마카롱만큼은 꼭 먹어보기를 권한다. 참고로 이 집의 디저트를 맛보게 되면 이제 다른 곳의 디저트는 별 감흥이 없게 되니 꼭 이 집은 홍콩 디저트 여행의 최후 목적지로 남겨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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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 Foods(帝苑餅店) 제원병점
尖沙咀麼地道69號帝苑酒店大堂
월-일:11: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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