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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의 상대성과 맛의 균형 - 에버델리의 BLPT 샌드위치

   

    

 

 

우리나라는 맛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집에서는 건강식을 가장한 무미건조한, 밖에서는 설탕으로 재료를 가린 음식에 노출된 우리가 맛의 균형을 생각하기엔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범람하는 무한리필과 재료를 넘치게 담은 해물탕의 파도 속에 ‘맛있는 음식’에 대한 정의조차 쉽게 내릴 수 없는 실정이니 균형까지 갈 문제도 아니다.

  

보통 맛있는 음식에 대한 고민은 맛이 얼마나 상대적인 개념인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시작된다. 이 주제를 말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고, 결국엔 등장하는 유형이 있으니 바로 ‘입맛 상대성이론’이다. 그들은 입맛은 결국 상대적이니 맛있는 음식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는 치트키에 가까운 말로 모두의 입을 막아버린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의 입맛은 모두 다르다. 내 입에 맞지 않았던 음식이 누군가에겐 최고의 음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상황에 대한 설명일 뿐이다. 미식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이들은 이런 식으로 타인의 생산적인 고민을 차단하고 안일한 태도르 고민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난 우리나라에 미식문화가 아직까지 자리 잡지 못한 큰 이유가 여기에 있고 생각한다.

 

맛의 균형은 이런 안일한 태도를 사뿐히 즈려밟는다. 음식의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튀지 않고 필요한 곳에서 역할을 해내는 균형의 시너지는 ‘입맛의 상대성’을 너머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별히 못먹는 재료가 들어있지 않은 이상 이런 조화는 기호를 초월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BLPT 샌드위치)

 

맛의 균형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메뉴가 있다. 서촌 에버델리의 샌드위치다. 에버델리는 서촌의 빵집인 슬로우브레드에버의 2호점 격으로 슬로우브레드에버의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주메뉴로 파는 곳이다. 에버델리의 샌드위치는 전체적으로 맛이 좋다. 가장 기본적으로 빵이 맛있으니 맛의 편차가 좁고 수준이 높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맛이 좋은 샌드위치가 있다. 일반적인 BLT 샌드위치를 재해석해서 만든 BLPT 샌드위치다. BLT 샌드위치는 베이컨(B: bacon), 양상추(L: lettuce), 토마토(T: tomato)를 넣어 만드는 샌드위치인데 에버델리의 오너셰프인 문혜영 셰프는 여기에 감자(P: potato)를 더했다. 과거 셰프를 인터뷰 했을 때 대중적이지만 다소 지루할 수 있는 BLT 샌드위치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샌드위치에 썬 감자만 더한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기존에 BLT 샌드위치보다도 더 지루한 샌드위치가 나왔을 것이다. 셰프는 감자를 허브로 마리네이드하고 치즈와 함께 불판에 누름으로써 기존에 BLT에서 기대할 수 없는 향과 감칠맛 그리고 식감을 더했다.

    

 

BLPT 샌드위치의 조화로움은 특별하게 조리된 감자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우선 바삭하면서도 거칠지 않게 구운 식빵에 사워크림을 연상시키는 새콤한 소스, 신선한 녹황색 채소, 부드럽게 절여진 파프리카, 토마토 그리고 훈연한 베이컨을 함께 넣었다. 향, 감칠맛, 기름기, 식감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은 조화다. 재료의 양과 맛은 서로 촘촘하게 연결돼있어 한입 크게 베어 물었을 때 쾌감이 엄청나다.

 

 

 

 

 

BLPT 샌드위치의 조화로움은 재료 구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빵의 굽기, 속재료의 온도, 채소의 신선도가 방문할 때마다 한결 같다. 내가 에버델리를 처음 갔던 것이 약 2년 전인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정성이다. 주방에서 일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유지되기 힘든 부분인지 알 것이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에서 노동력과 기술, 재료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에버델리의 메뉴들)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는 음식에 대한 집중력과 애정이, 현실적으로는 메뉴를 생산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정도의 회전률와 노동력이 있어야한다. 단순히 상대적인 입맛으로 음식에 대해 설명하기엔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치루는 값이 너무 크다.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혹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두려워 상대의 정성을 못본채하는 것이라면 그건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

 

writing 전성진

    

 

    

 

에버델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3길 4-7

02-720-0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