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4] 컵(김민정)
T: TOPIC/김민정2016. 7. 10. 18:05
컵 -우리, 헤어지자. 신촌의 한 카페에서 K가 말했다. 나는 ‘커피가 이제 막 나왔는데, 벌써 집에 간다니’ ‘돈이 아깝다’는 말로 받아치다, 그러다 알았다. 흔들리는 눈빛과 찌푸린 미간,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손가락. 난감한 상황에서 짓는 그의 몸짓이다. 아, 그 뜻이 아니구나. 그만 만나자는, 1031일의 관계를 종료하자는 뜻이구나. 나는 멍청한 얼굴로 커피를 들이켜다, 생각보다 뜨거운 온도에 놀라 커피를 쏟았다. K는 티슈를 건네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흰 블라우스에 묻은 검은 얼룩이 서서히 번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침묵. 헤어지잔 말에 이유를 묻는 것이 수순이지만,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다. 질문과 동시에 이별이 진행될 것 같았기 때문에. 시선을 돌려 거리를 바라봤다. 3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