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7] 빙수기(박지연)
T: TOPIC/박지연2016. 8. 24. 09:49
이제는 클래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구식 빙수기는 철제 조형물이었다. 두드려 만든 몸체에 자동차 핸들만한 손잡이가 달려 그것을 물레처럼 돌리면 칼날 위에서 얼음이 회전하며 깎여나가는 방식이었다. 가정용으로는 너무 컸기 때문에 빙수는 빙수기를 뿌듯하게 실외에 올려놓은 포장마차나 식당에서 사먹을 수 있는 외식이었다. 철제 빙수기는 여름이면 마치 대형 파마산 치즈를 눈에 보이는 곳에 올려놓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묵직한 얼음덩이를 얹은 채로 식당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당당히 올려져 있었다. 그 위에서 하루 종일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얼음 덩어리는 그것만으로도 여름을 환기시켰다. 사람들은 이 푸른색 빙수기가 눈에 띄면 홀린듯이 빙수를 사 먹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플라스틱으로 작은 몸체를 만들고 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