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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와이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어떤 장식을 달까요?

정답: 우쿨렐레(정말이다).


한 번쯤은 산타가 깨끼저고리를 입고 서핑을 하면서 선물을 가져다줄 것 같은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다. 그때는 아직 몰랐다. 순간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계절이 완전히 바뀌는 곳으로 여행을 갈 때는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길에 입은 두꺼운 코트가 짐이 되고, 여기서는 가능한 춥지 않고 도착해서 호텔까지 가는 길에서는 최대한 덥지 않으려면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는 사실을. 패딩처럼 두꺼운 옷은 공항에서 맡아주는 서비스가 있지만 그렇다고 12월에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웃옷을 걸칠 수는 없었다. 갈아입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도 짐이다. 고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내 짐을 내가 직접 싸기 전까지만 가질 수 있었던 로망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한 진실을 깨달은 나이가 되어도 하와이는 별개였다. 비행기에 찌그러져 있는 내내 코를 훌쩍이던 사람도 비행기에서 내린 지 10분 만에 온난한 햇살로 병세가 완치되고(알레르기성이었으므로), 호텔 옆 식료품점에서 냉동 아닌 생참치 포케(잘게 썬 생선회를 간장 등의 양념에 무친 하와이 요리)를 종류별로 파는 곳! 렌터카는 빨간색이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던 곳! 바닷가에 살면서 여름 내내 모래밭 한 번 밟지 않고 지내던 사람도 서핑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곳! 맛있게 먹으면 제로 칼로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날씨 좋은 데서 신나게 먹고 다녀서 인지 고삐 풀린 듯한 먹부림에도 체하는 일이 없었다. 

마침 때는 12월 초. 사람 많고 물가 비싼 연말연시보다 한산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슬슬 고조되는 시기다. 번잡스러운 건 싫지만 크리스마스 장식과 프로모션은 구경하고 싶다면 이때가 제일 좋다. 평생 찬 바람을 맞아가며 캐럴을 들어서인지, 27℃를 가볍게 넘는 12월의 하와이를 돌아다니면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는 순간은 유일하게 트리와 리스를 발견할 때다. 로열 하와이안 센터를 휘적휘적 돌아다니다가 기념사진 찍기 딱 좋은 대형 트리를 찾았다. 관광객답게 순순히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다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그렇다. 하와이의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우쿨렐레와 플루메리아 꽃이 장식으로 붙어 있었다. 리본까지 달고 아주 예쁘게, 나무 전체에 골고루. 옆 호텔로 조식을 먹으러 놀러 갔을 때 본 리스에는 짙은 고동색 볼과 함께 우아한 난초가 달려 있었다. 그래, 여기는 하와이였지. 크리스마스트리가 이국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http://nonameprojectstor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