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4] 앙프랑뜨(김민정)
T: TOPIC/김민정2016. 6. 26. 19:08
앙프랑뜨. 비가 오려나, 무척 후덥지근한 날이다. 도심의 거리는 여전히 분주하다. 사람들은 핸드폰에 얼굴을 파묻곤 느리게 걷는다. 나도 저렇게 지루한 모습일까. 슬쩍, 쇼윈도에 반사된 나를 살핀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마른 몸, 티셔츠에 청바지.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계집애처럼 옷장을 뒤졌더랬다. 검은색과 하얀색, 형식적이었고. 회색과 진청색, 새롭지 않았다. 노란색과 하늘색, 어린 애들처럼 유치했다. 그렇게 색과 재질을 조합하며 거울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다, 자신의 낯선 모습에 혼자 웃었다. 여자들의 생각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앞으론, 약속 시간에 늦는 그녀들에게 좀 더 관대해지리라. 횡단보도 건너 편, A의 모습이 보인다. 손을 흔들고, 웃는다. 그리고 뛴다. 나는 대충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