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5]토마토 주스(김민정)
T: TOPIC/김민정2016. 7. 25. 00:51
토마토 주스 딴 여자가 생겼다고 했다. 우리가 결혼한 것도 아닌데, 네 마음 이해해. 쿨한 척 했지만 마음이 푹 꺼졌다.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떨어져 산산 조각났다. 이별은 친구들에게 돌아가는 가장 빠른 통로였다. 의리있는 그녀들은 함께 술잔을 기울여줬고, 그 옆에서 시든 화초처럼 비틀거렸다. 소주, 맥주, 막걸리, 보드카, 위스키, 와인…. 술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인간이 그렇게 많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변기를 붙잡고 토하다가, 아아 못 마셔, 이러다 죽을 것 같아 하다가도, 저녁이면 아메바처럼 소주를 마셨다. 넘어가지 않을 땐 억지로 구겨 넣었다. 그러면 적어도 그 순간은, 좀 나았다. 아니, 낫다고 믿고 싶었다. -조금만 마셔요. 누군가 잔을 뺏어들며 귓가에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