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이것은 모두 내가 완숙보다 반숙의 삶은 달걀을 좋아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12개의 달걀을 n분간 삶았다.

원하는 만큼 달걀을 반숙으로 삶을 수 있는 레시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반숙으로 삶은 달걀을 좋아한다.

반숙은 완숙에 비해 포괄적인 개념이다.

난 내가 어느 정도로 반숙인 삶은 달걀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아무리 반숙이라고 해도 흰자가 익지 않아서 콧물처럼 흐물흐물한 건 싫다.

거의 완숙이면서 반숙인 척하는 삶은 달걀 역시 싫다.

 

 

 

 

 

마트에 가서 달걀 한 판을 샀다.

집으로 들고 와서 15개는 냉장고에 넣고, 15개는 실온에 꺼내뒀다.

 

 

 

 

 

 

달걀 삶는 법은 연주선배에게 물어봤다.

이게 선배가 알려준 반숙 달걀 삶는 법이다.

 

1) 달걀이 터지지 않도록 냄비에 달걀을 먼저 넣는다.

2) 달걀이 잠길 정도로 물을 담는다.

3) 냄비를 불에 올리고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4) 물이 끓으면 뚜껑을 덮고 불을 끈 뒤 타이머로 8분을 맞춘다.

5) 알람이 울리면 달걀을 건진다.

 

선배가 알려준 방법대로라면 앞서 말한 8분을 조절해 달걀 익은 정도를 다르게 할 수 있다.

15개의 달걀을 각각 n분 간 삶기 좋은 방법이다.

 

 

 

 

실온에 꺼내둔 달걀을 연주 선배가 말해준 방법으로 삶았다.

물에 식초나 소금은 넣지 않았다.

노른자가 가운데로 오게 굴려주지도 않았는데 사실 이건 결과물을 보고 나서 조금 후회했다.

흰자가 얇은 부분의 노른자가 다른 부분에 비해 많이 익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달걀을 삶았기 때문에 모른척하기로 했다.

 

 

 

 15개의 달걀을 커다란 냄비에 넣고 선배가 알려준 방법대로 삶았다.

대신 시간은 1분부터 15분까지 1분 단위로 타이머를 맞춰두고 달걀을 한 알, 한 알 꺼냈다.

13분이 지나고 건진 달걀 이후의 것들은 모두 완숙이어서 과감하게 생략하겠다.

반숙으로 요리된 12개의 달걀이 어떻게 익었는지만 얘기하겠다는 말이다.

 

**************************

  

 

 

 

1분 만에 꺼낸 달걀은 껍질도 깔 수 없을 정도로 덜익은 상태였다.

껍질을 까다가 흰자가 주르륵 흘러 나왔다.

 

 

 

2분 후 꺼낸 달걀은 1분의 달걀과 다를 바 없다.

껍질을 깔 수 없는 상태고 흰자 역시 줄줄 흐른다.

 

 

 

 

 

3분 간 둔 달걀은 확실히 1, 2분 둔 달걀과는 다르게 껍질을 깔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물이 전혀 안익기는 마찬가지다.

 

 

 

4분 간 둔 달걀은 껍질 까는 것이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

흰자가 앞서 삶았던 달걀보다 단단한 것 같아 호기롭게 잘라보았으나 역시 흰자와 노른자가 익지 않았다.

그래도 앞선 달걀들 보다는 훨씬 익은 편이었다.

 

 

 

본격적으로 반숙 달걀의 형태가 나온 것이 5분 간 두었던 달걀이다.

많이 조심하지 않아도 껍질 까기가 수월하고 칼로 달걀을 자르는 것도 가능하다.

안쪽 흰자는 익지 않은 상태다.

 

 

 

 

6분 정도 둔 달걀부터는 그래도 꽤 먹을만 했는데 역시 익지 않은 흰자가 문제다.

특유의 흐물흐물한 맛이 가시지 않았다.

사진에서도 보면 흰자가 안익어서 움푹 파인 것을 볼 수 있다.

 

 

 

 

7분 째 들어서면 노른자도 전체적으로 흐르지 않고 고르게 반숙이 된다.

부드러운 흰자와 촉촉한 노른자의 맛이 슬슬 느껴진다.

 

 

 

 

연주 선배님의 오리지널 레시피인 8분 달걀은 확실히 먹기 좋다.

7분 보다 흰자가 확실히 단단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반숙 달걀하면 떠오르는 익음 정도다.

 

 

 

9분 부터는 슬슬 노른자에서 완숙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노른자 겉부분에는 완숙의 밝은 노란색이 나온다.

흰자는 충분히 단단하다.

 

 

 

더이상 흰자의 흐물거리는 식감을 찾을 수 없다.

노른자는 아직까지 부드러운 편.

뒤로 갈수록 흰자가 단단해져서 껍질까기가 너무 편하다......(행복)

 

 

진짜 반숙이라고 우기면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익은 상태.

노른자 겉부분은 거의 완숙 노른자랑 비슷하게 수분이 줄었다.

사진에서 보면 노른자 가운데로 오게하는 걸 실패해서 왼쪽 노른자가 유독 많이 익었다......

 

 

반숙과 완숙의 마지노선 정도로 느껴진 12분 째 둔 달걀.

앞서 말했듯 13분 동안 둔 달걀은 반숙이라 보기 힘든 정도로 익었기 때문에 모두 생략했다.

흰자는 완숙 못지 않게 단단하게 익고 노른자 역시 가운데 빼고는 다 익었다.

 

 

 

 

 

 

 

 

이미 처음에 올려둔 사진이긴 하지만 한 번 더 한 눈에 확인하라고 달걀을 한 곳에 모은 사진을 올리겠다.

이게 다 반숙이라니....

 

어쨌든 이번 글을 쓰면서 찾은 나의 반숙 취향은 7~9분 간 둔 달걀이었다.

역시 연주선배의 달걀 레시피가 괜히 8분이 아니었다.

 

 

이제 반숙 하나는 편차 없이 맛나게 먹을 수 있겠다.

 

 

writing, take a picture 전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