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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 다했다'

사누키우동에 어울리는 말이다.

일본 사람들은 맛있는 사누키우동에 대해 말할 때 '목젖을 탁 치는 목넘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누키우동면을 맛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비유다. 물론 동시에 면을 먹어 봤다면 단번에 공감할 수 있는 비유기도 하다.

 

 

사누키우동에서 '사누키'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이다.

가가와현은 맑은 물, 질 좋은 밀가루, 많은 양의 소금이 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심지어 소금은 일본 내 소금 생산량의 30%에 육박할 정도로 나온다고 하니 말 다했다.

어쨌든 좋은 면을 만들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으니 맛있는 면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오직 물, 밀가루, 소금만 들어가는 사누키우동은 면을 만드는 디테일에 품질이 갈린다.

봄부터 겨울까지 물과 소금의 비율을 다르게 하는 것이 괜한 일이 아니다.

재료와 환경, 그리고 반죽을 밟고(족타) 손으로 치대는(수타) 기술에 면의 맛이 달린 것이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많이 차이날 수 밖에 없다.

 

 

사누키우동의 조합을 얘기할 때 네 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겠다.

일본 내에서도 차갑다는 '희야'와 뜨겁다는 '아쯔'를 기준으로 우동을 나누니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첫 번째는 뜨거운 국물에 차가운 면(사누키우동은 면발의 탱탱함을 유지하기 위해 찬물에 식힌 면을 바로 음식에 낸다)을 담아 먹는 것이다.

주로 국물은 가가와현 주변에서 잘 잡히는 멸치로 육수를 내 깔끔한 맛이 난다. 사누끼식 가케우동이나 덴뿌라우동을 들 수 있겠다.

두 번째는 찬물에 식히지 않고 가마에서 건진 뜨거운 면에 차가운 국물을 붓는 우동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가마붓카케우동이나 가마타마우동이다.

세 번짼 차가운 육수에 차가운 면이 나오는 자루붓카케우동이나 자루우동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 뜨거운 국물에 뜨거운 면은 사실 앞서 말한 가케우동이나 덴뿌라우동을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면을 뜨겁게 내면 해당되는 부분이라 명확히 말하기 다소 애매하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누끼우동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사누끼우동의 면발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는 역시 차가운 우동류다.

사누키우동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소바처럼 쯔유에 우동면을 찍어먹는 자루우동이나 차가운 쯔유에 면을 비벼먹는 자루붓카케우동 둘 중 한 가지 메뉴는 맛보는 것이 좋다.

따뜻한 우동도 나쁘진 않지만 사누키우동의 쫄깃한 면발은 차가운 우동만 못하다. 그렇다고 사누끼우동 전문점이 국물에 힘을 줄리도 없으니 더더욱 나을리 없다. 그래서 굳이 따뜻한 우동을 맛보고 싶다면 국물 없이 비벼먹는 가마붓카케우동을 추천한다. 따뜻하면서 입에 잘 감기는 우동맛을 느낄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사누끼우동의 면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반죽틈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고 촘촘하게 밀가루를 쌓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숙성 정도나 차짐의 정도를 조절할 줄 아는 주방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베테랑이라고 해도 무방한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합정의 교다이야다.

일본정부가 인정한 사누키우동 대사관 중 하나인데 야마다야, 뎅구우동 등도 대사관에 선정된 바 있다.

 

교다이야를 처음 알게된 것은 취재 때문이었다.

우동집 단골에 대한 기사를 쓰던 중 야마다야(분당 사누키우동 전문점이자 한국에 사누키우동을 처음 가져온 곳) 단골에게 교다이야를 추천받게 됐다.

야마다야에서 일을 배우던 사람이 나와 일본에서 유학 후 차린 가게라고 했다.

당시에는 목동에서 영업 중이던 가게를 사정상 접고 휴식기를 가진 후 영등포구청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그 때 아예 일을 접으려고 했었다는 교다이야의 이계한 셰프는 가게를 다시 낼 수 있던 원동력에 단골들이 있었다며 웃었었다.

이 후로 그를 만나지 못했지만 합정으로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던 사정에는 아마도 임대료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맛있는 집이니 만큼 부디 합정에서는 오래 장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서 말했던 자루우동(가격: 8천원)이다.

면을 쯔유에 찍어 먹는 형태의 우동.

면맛을 가장 깔끔하게 느낄 수 있는 메뉴기도 하다.

보기엔 슴슴하고 허전할 것 같은데 막상 먹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우동면이 꼭 가래떡 같을 정도로 두툼하고 쫄깃하다.

 

 

가가와현 현지에서는 이 면 상태보다 좀 더 덜 익혀서, 말하자면 파스타면의 안단테 정도 익은 상태로 낸다고 한다.

단품으로 주문하면 우동만 나오고 4000원 정도 더 내고 정식으로 주문하면 튀김과 유부초밥, 후식이 나온다.

튀김은 기본적으로 바삭하고 맛있다. 정식으로 주문하는 걸 추천한다.

 

가마붓카케우동 정식이다.

가마에서 건진 따뜻한 면을 살짝 익힌 달걀과 파, 깨, 쯔유를 함께 넣어 비벼 먹는 메뉴다.

 

 

이렇게 비빈다.

쯔유는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조금씩 간을 보면서 넣으면 된다.

 

 

 

이건 자루붓카케우동.

차가운 상태로 쯔유와 비벼먹으면 된다.

역시 쫄깃한 면이 잘 느껴지는 메뉴다.

 

 

교다이야는 반죽을 칼로(식칼형태는 아니고 긴 작두 같은 형태) 자른다.

기본적으로 우동 만드는 기계는 인간의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다고 믿는 셰프님이 운영하는 곳이니 이런 시스템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영등포구청 시절에도 그랬고 항상 면을 밀고 자르는 과정을 볼 수 있게 주방을 오픈해뒀다.

고객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도, 셰프의 자부심을 증명하기도 좋은 포인트인듯 싶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곳이다.

물론 오래 영업했으면 하는 곳이기도 하고.

영등포구청 시절엔 추가요금 없이 곱빼기로 주문 가능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면맛의 매력을 깨닫기 쉽지 않은 환경이니 만큼 익숙하지 않은 초점에 무게를 둔 사누키우동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Writing, take pictures: 전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