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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우유한잔 먹으러 산꼭대기까지! 


<Farm Milk Co. Ltd.>



사람들에게 홍콩하면 떠오르는 음식을 물어보면 으레 화려한 딤섬달콤한 밀크티바삭한 제니쿠키등을 꼽는다그러나 정말 의외로홍콩은 우유가 유명하다언뜻 생각해보면 홍콩의 화려하고 높은 마천루의 이미지와 소박하기 짝이 없는 흰색의 우유는 그 이미지가 너무 어울리지 않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그러나 홍콩은 일찍이 영국령으로 종속되어 스코틀랜드 사람에 의해 우유공장이 일찍이 설립되었고 밀크티푸딩 등 유독 유제품을 응용한 디저트류가 발달했다실제 홍콩 편의점에 가보더라도 다른 음료보다 흰 우유의 비율이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다.

이렇게 홍콩에서는 우유가 제법 유명한 편이기에홍콩 중심부에서 살짝만 벗어나더라도 직접 우유목장을 방문하여 신선한 우유를 마셔볼 수 있는 곳이 있다창립된지 40년이 넘은 Farm Milk Company Limited가 바로 그곳이다이 공장의 설립자제라드 클락(Gerald Clark)은 영국의 퇴역군인으로 퇴역후 이 우유회사를 직접 차렸다그는 퇴역후 동료들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홍콩의 삶을 사랑하여 홍콩에 정착하기로 결심한다그러나 그는 과거 영국에서 살았을때 즐겨마시던 신선한 우유의 맛을 잊을 수 없어 직접 우유목장을 설립한다그는 우유에 희석식품을 추가했던 기존 우유제품의 관례를 깨고 오로지 원유 100%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홍콩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다그리고 주말에 이 목장에 직접 방문하면 가공 전의 순수한 우유를 맛볼 수 있어 유제품 매니아라면 꼭 한번쯤은 들려봐야할 홍콩 우유성지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 목장에 가려면 다소 까다로운 여정을 거친다이 목장은 홍콩 시외의 국립공원 大欖郊野公園(Tai Lam Country Park)안에 있는데 이 목장을 가려면 걸리는 시간은 둘째치더라도 가는 방법이 꽤나 복잡하다이 목장을 가기 위해서는 취안완 라인의 종점역으로 가서마을버스를 타고 30분쯤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야 한다우유 한번 먹겠다고 현지 등산객들과 뒤섞여 엉덩이 아픈 허름한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가노라면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이 버스에서 다시 큰 시내버스를 갈아타서 다시 버스는 산 꼭대기로 올라간다그리고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정류장에 덜컥 내려주는데 도저히 홍콩이라고 볼 수 없는 쾌적한 자연과 푸른 하늘이 펼쳐지는 산림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한적한 자연 덕에 홍콩사람들도 주말 캠핑장으로 쓰는 듯 삼삼오오 나와 고기와 소세지를 굽고 있다그들도 대체 왜 외국인이 이 한적한 시골까지 찾아왔나 싶은 신기한 눈치다이 따가운 시선을 뒤로 하고 이 캠핑장을 지나 또다시 20분쯤 걷다보면 얼룩말 모양의 허름한 건물이 나오는데 이 건물이 바로 그 목장이다.



대체 이 구석진 목장에 우유하나 마시러 누가 올까 싶지만 놀랍게도 홍콩 현지인들이 가족단위로 놀러와 다들 우유를 마시고 있다가끔은 바이크 라이더 동호회인듯한 사람들이 우르르 이곳으로 몰려와 멋지게 라이더복을 빼입은채로 우유한잔을 깔끔하게 마시고 다시 오토바이를 몰고 떠난다놀라운 풍경이다.

그러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메뉴는 단촐하기 짝이 없다우유바이펀바이춴시엔나이(份百純鮮奶)는 일반우유와 함께 저자방우유무지방 우유세 종류의 우유가 있으며 우유계란푸딩망고푸딩생강푸딩 세 종류의 푸딩이 있다약오른 마음에 모든 종류를 다 시켜본다우유 한잔 마시러 이 고생을 하고 왔으니 남는건 오기밖에 없다과연 대체 얼마나 맛있는 우유길래 대체 이렇게 산넘고 물건너 와야하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우유는 지금껏 먹어본적 없는 종류의 우유다이 우유를 먹어보고 나의 첫마디는 이러했다. "이게 우유야?" 보통 맥주공장에서 맥주를 마시면 다들 자기가 평소 먹던 맥주가 얼마나 많은 첨가과정을 거쳤는지을 알게되는데우유목장에서 맛보는 우유도 그렇다우리가 생각하는 우유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없이 마치 물처럼 깔끔하다보통 우유를 먹고나면 우유의 진한 향이나 잔여물이 입을 맴도는데 이 곳의 우유는 물을 마신것처럼 입안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신선하고 청량하다그럼에도 끝맛은 매우 고소하여 목구멍에 넘어가고 나서야 우유란것을 깨닫는다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우유의 신세계를 체험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이 신선한 우유로 만든 푸딩 역시 더할나위없이 깔끔하다가장 베이직한 우유계란푸딩 뚜언나이(燉奶)은 푸딩이 아니라 마치 순두부를 먹는것 같다일반적인 푸딩의 설탕맛이 아니라 계란맛이 강한데 푸딩에서 배어나오는 우유의 고소함이 매우 인상적이다푸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껏 먹어본 적 없는 시원하고 정직한 푸딩맛에 흠뻑 빠져들게 될것이다.




망고푸딩씨엔나이망궈뿌띠엔(鮮奶芒果布甸역시 푸딩맛이 맑긴 한데 망고향이 그리 강하지 않아 일반적인 망고푸딩을 생각하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오히려 홍콩 시내에서 먹는 망고푸딩이 더 맛있고 여기서 먹기엔 다소 평이하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바로 생강푸딩찌양즈쫭나이(薑汁撞奶). 이름부터가 낯설다우리가 알고 있는 그 '생강'에 푸딩을 섞었다고그러나 한입 이 푸딩을 떠먹는순간 누구나 이런말을 내뱉는다. "우와 정말 생강이야!" 보통 생강푸딩이라 하면 생강의 향만 살짝 가미했다고 생각하지만생강의 농축액을 범벅해놓은것처럼 생강맛이 강하다진한 생강차에 달지않은 푸딩을 섞어먹는 느낌이랄까생강향의 알싸한 향이 참 강하여 심지어 푸딩이 씁쓸하기까지 하다마치 한약맛 푸딩같달까그러나 묘하게 이 생강푸딩은 중독성 있다처음에는 그 낯선맛에 기겁하나 한번 먹기 시작하면 의외로 손이 계속 가는게 이 생강푸딩이다푸딩의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생강의 톡쏘는 맛이 잡아주고 끝맛은 의외로 달콤하게 끝난다신기한 맛에 계속 퍼먹게 되다보면 어느새 푸딩의 무한루프를 그리게 된다실제 세 개의 푸딩 중 가장 빨리 동난게 이 생강푸딩이었다.




푸딩과 우유를 모두 해치우고 멍하니 하늘을 보니 푸르고 높은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렇게 홍콩하늘이 맑았었나... 홍콩에도 산이란게 있었나....내 살다살다 홍콩에서 이렇게 멍하니 산을 보며 우유를 먹게 될 줄이야... 

때로는 홍콩에 와서 빌딩이 아니라 산을 바라보며, 밀크티가 아니라 우유를 마셔보는 것 역시 홍콩미식여행의 이색적인 경험이리라. 특히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우유의 쾌청한 맛을 즐길수 있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는듯 싶었다.

그러나 20분동안 우유를 다 먹고 난뒤, 우리는 다시 그 엉덩이 아픈 마을버스와 등산버스를 타고 다시 두 시간동안 산 아래로 내려가야했다. 아마 홍콩에서 우유 두번 먹었다가는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장문의 글로 소개하긴 했지만, 당신의 엉덩이와 소중한 시간을 위해 부디 이 집은 글과 사진으로만 즐겨주었으면 한다.



 Farm Milk Co. Ltd.(農場鮮奶有限公司)

주소 元朗石崗甲龍村雷公田78號

시간 주말에만 운영.  09:00-17:30


Write MUNA&DENG  Photo DENG  Illustration M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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